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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는 생물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이 탄생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인데요, 자연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생물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른바 '적자생존설'의 요람인 '갈라파고스 군도'가, 요즘 '모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합니다. 백진원 특파원이 갈라파고스 군도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남미의 에콰도르 해안에서 태평양으로 약 1,000 킬로미터 떨어진 갈라파고스 군도!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 바다가 넘실대는 해안가에 도착하자, 갈라파고스의 마스코트인 푸른발 얼간이새와 바다사자 떼가 낯선 이방인을 경계합니다. 남극에만 있을 법한 펭귄이 무리지어 털을 고르고, 육지에서 이주한 바다 이구아나도 일광욕을 즐기느라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이처럼 갈라파고스엔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화해온 희귀종들이 진기한 자태를 뽑냅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지금으로부터 200년전에 탄생한 찰스 다윈은 1835년 9월 해양측량선인 비글호를 타고 이곳 갈라파고스 군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섬들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해 다양하게 변화한 동식물을 발견하고 진화론을 창시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생각을 바꿔놓은 진화론의 요람인 갈라파고스가 최근 생태계 파괴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바로 '모기' 때문입니다. 갈라파고스로 들어가는 관문인 과야킬 공항에는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줄을 섰습니다. 갈라파고스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따로 신분을 확인하고 입장료를 낸 뒤, 별도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인터뷰> 바렐(공항 검색원) : "병든 과일을 수거합니다.과일에 파리같은 벌레가 많아서 사람과 동물에게 새로운 질병을 옮기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그러나 갈라파고스행 비행기 126 편을 2년 전 검사해 본 결과, 육지 모기가 11마리나 발견됐습니다. 더구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항공편수는 3년 전 1,600여 편에서 지난 해는 3,000여 편으로 늘었습니다. 방역작업을 하고 있지만, 육지의 모기는 이틀에 한 마리꼴로 섬에 들어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합니다. <인터뷰> 뺘예호(갈라파고스 농산물방역소장) : "어떤 모기류는 약 30시간을 버팁니다.에콰도르에서 갈라파고스까지 1시간 반 거리에선 약을 뿌려도 죽지 않습니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의 다윈연구소와 영국의 동물학회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최근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새나 포유류의 피만 먹는 줄 알았던 모기가, 갈라파고스에선 파충류의 피까지도 빤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앤드류 커닝햄(영국 동물학회 박사) : "갈라파고스의 모기는 바다 이구아나와 거북이 같은 파충류의 피를 먹는데 이는 과거에 전혀 발견된 적이 없는 일입니다." 포유류가 부족한 섬에 사는 모기가 먹잇감을 찾아 '진화'한 것입니다. 다윈 연구소에 있는 거북이 부화장! 거북이가 너무 많아 거북을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갈라파고스 군도지만, 이젠 멸종의 위기에 몰린 거북을 알에서부터 죽기 전까지 키웁니다. 그런데 '등딱지'가 다른 종자로 유일하게 남아 섬의 명물이기도한 100살의 거북이, '외로운 조지'도 모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프리카(국립공원 안내원) : "거북이들은 저렇게 연못에 들어가는 걸 좋아해죠.피부가 부드럽고 구겨져있어 모기나 개미같은 벌레들이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모기의 공격 앞에 거북이는 무방비 상탭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문제는 이섬에 서식하고 있는 갈라파고스 거북이나 바다 이구아나 같은 희귀종들은 오랜 기간 고립돼 살면서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감염된 모기에 한 번 물리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감염된 모기에 물린 동물이 병에 걸리고, 또 다른 모기가 피를 옮기면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퍼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육지 모기가 갈라파고스 모기와 짝짓기를 하면서, 과거 해변가에 살던 모기가 최근엔 내륙과 고지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라데(갈라파고스 내륙지역 농민) : "여기서도 모기에 물리는 것이 이젠 당연한 일이돼서 아예 그러려니하고 지냅니다." 실제로 하와이에선 19세기에 말라리아 모기가 유입되면서 20종의 새가 멸종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 앤드류 커닝햄(영국 동물학회 박사) : "갈라파고스에 모기가 많이 퍼져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전파가 쉬운 여건이 됐기 때문에 만약 새와 포유류뿐 아니라 파충류에 퍼지면 대재앙이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립공원측도 모기의 확산방지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따피아르(갈라파고스 국립공원 부장) : "산타크루스섬에 현재 댕기열과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모기가 있다는데 지금 이 것을 막기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과 관광객의 왕래가 늘고 있고, 배를 타고 이동할 때는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960년대 2천 명에 불과했던 주민이 50년 만에 2만여 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관광객은 17만 명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벨뜨란(화물선 농산물 검역관) : "모기요?본 적 있어요.제가 직접 잡아서 다윈연구소로 가져갔는데 갈라파고스에 들어온 새로운 종류였습니다." 동식물의 낙원이자 생태계의 보고로 다윈의 진화론을 탄생시킨 갈라파고스 군도!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신비를 가르쳐준 갈라파고스가 인간의 발걸음에 편승한 모기의 습격 앞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